한 입 베어 물면 케첩 베이스의 새콤한 양념치킨 맛이 먼저 훅 들어온다. “어? 이거 사천 요리 맞아?” 싶은 순간, 몇 초 뒤부터 매콤함이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한다. 두툼한 고기를 씹을수록 그 매콤함은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고, 마지막엔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로 킥이 세게 올라온다. 마북동 “예하랑중국집”에서 먹은 사천 탕수육(중자 24,000원)이 딱 이런 식으로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 집을 찾아간 건 토요일 점심, 가족 넷이서 오랜만에 외식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용구대로에 있는 이곳은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맛집이라 손님이 늘 가득하다고 들었는데, 예약 없이 서둘러 갔는데도 30분 정도 대기한 후에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대기하는 동안 둘러보니 젊은 가족부터 어르신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는데, 이렇게 폭넓은 손님층이 꾸준히 찾는다는 것 자체가 오랜 시간 쌓아온 이 집의 내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대기 줄이 좀처럼 줄지 않아서 아이들이 살짝 지루해할 만도 했는데, 매장 앞을 오가는 배달 오토바이와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불맛 나는 냄새 덕분에 오히려 기대감이 더 커지는 분위기였다.
사천 탕수육, 새콤함 뒤에 숨어 있던 매콤함


사천 탕수육은 첫눈에 빨간 양념 색이 강렬해서 매워 보인다는 인상을 먼저 준다. 사천 요리 답게 강한 향신료 향이 먼저 느껴지는데, 겉에는 해바라기씨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어 비주얼도 독특하다. 튀김옷은 살짝 두꺼운 편이었지만, 그 안에 고기가 두툼하게 들어있어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든든하게 차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뒤로 갈수록 만족감이 커지는 메뉴다.
부추 넣은 초록빛 면, 해물쟁반짜장

이 집 면은 부추를 넣어 은은한 초록빛을 띤다. 쟁반짜장이 따뜻하게 나오는데 첫맛부터 훌륭했다. 부드럽고 따뜻한 면발에 해산물, 그리고 불맛이 가미된 짜장소스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입안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둘째 아들은 이 쟁반짜장에 완전히 빠져서, 마지막까지 접시에 남은 해산물 조각들을 하나하나 찾아 입에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짭조름하고 새콤한 셀프바


셀프바에 있는 반찬 중에서는 짜사이가 유독 손이 갔다. 짭조름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자꾸 젓가락을 부르는 반찬이었다. 양파와 배추김치도 자유롭게 리필할 수 있어서, 느끼해질 수 있는 탕수육과 볶음밥 사이사이 입맛을 정리하기에 좋았다.
새우볶음밥은 볶음밥을 워낙 좋아하는 큰아들에게 사줬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느끼하지 않은 깔끔한 맛이라며 좋아했다. 볶음밥 자체만 놓고 보면 첫인상이 살짝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함께 나오는 진한 불향의 짬뽕 국물이 그 부족함을 충분히 채워준다. 싱싱한 새우와 고소한 볶음밥에 짬뽕 국물의 불향이 더해지니 맛의 시너지가 확실히 느껴졌다.
공간, 한옥풍 인테리어와 셀프바_ 예하랑중국집



매장에 들어서면 나무 소재 천장과 격자무늬 창살, 빨간 등이 어우러진 한옥풍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좌석 사이사이 나무 파티션으로 공간이 나뉘어 있어 오래된 중국집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래된 중국집이라고 하면 좁고 낡은 느낌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곳은 오히려 널찍하고 정돈된 인상이 강했다. 한쪽에는 셀프바가 마련되어 있어 양파, 배추김치, 단무지, 짜장 양념에 볶은 채소 등을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테이블 사이 거리도 넉넉한 편이라 옆자리 소리에 신경 쓰지 않고 대화하기 좋았고, 아이들이 자리에서 조금 움직여도 다른 손님 테이블과 부딪힐 일이 적어 가족 단위 손님에게는 특히 편했다.
예하랑중국집 찾아가는 길과 이용 정보
- 주소: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용구대로 2384-6 (마북동 520-5)
- 연락처: 031-274-7456
- 영업시간: 11:00~22:00 (21:00 라스트오더), 매주 월요일 휴무
- 주차: 식당 앞 공터에 10대 정도만 가능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이런 분들께 추천
가족 단위로 넉넉하게 한 상 차려 먹고 싶을 때 잘 맞는 곳이다.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 특유의 손맛이 메뉴 전반에 잘 배어 있다는 인상이었다. 다만 주차 공간이 10대 정도로 협소하고 대기가 긴 편이라, 차를 가지고 급하게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평일 점심시간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이 경우라면 도보로 접근하거나, 대기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 오픈 직후처럼 대기가 짧을 만한 시간대를 노려서 다시 가족과 함께 방문해보고 싶다.
가격대는 해물쟁반짜장 23,000원, 사천 탕수육 중자 24,000원처럼 4인 가족이 다양하게 시켜 먹기엔 다소 있는 편이지만, 그만큼 양과 구성이 알차서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고 느껴졌다. 자극적인 맛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나 어르신이 있다면, 부추 향이 은은한 해물쟁반짜장 쪽을 메인으로 주문하는 게 더 무난할 수 있다.
혹시 여기 사천 탕수육보다 더 매콤한 걸 잘 드시는 분 있다면, 어떤 조합으로 드셨는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다음 방문 때 참고해보고 싶다. 반대로 매운 음식을 잘 못 드시는 분이 함께 갔을 때 어떤 메뉴로 대신 시켰는지도 궁금하니, 경험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