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동 카페거리 골목길, 화이트 톤 외관에 ‘MIDORI COLOR’ 로고가 붙어 있는 입구부터 분위기가 남다르다. 작은 갤러리나 야외 테라스에 들어서는 느낌이랄까. 소제동 특유의 옛 골목 정취와 잘 어울리는 외관이라,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해도 눈에 띄었을 만큼 존재감이 확실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드 톤 가구와 초록빛 오브제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라서 전체적인 실내 인테리어에서 한옥 느낌이 많이 났다. 옛 건물의 골조를 살리면서도 초록빛 포인트를 더한 조합이 신선했다. 창호나 서까래처럼 한옥에서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카페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천장이 높아서 그런지 실내가 답답하지 않고 탁 트인 느낌이었고, 창가 자리에 앉으니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테이블마다 조명 톤이 조금씩 달라서, 자리에 따라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였다.
아내와 오랜만에 나선 데이트




오랜만에 맞은 주말, 특별한 약속 없이 편하게 쉬고 있던 나를 부추긴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였다. 아내가 유독 디저트를 좋아하는 편이라, 아내를 위해 찾은 곳이 바로 이곳 미도리컬러였다. 아이들은 집에 두고, 부부가 오랜만에 데이트하러 나섰다. 결혼하고 나면 이런 소소한 데이트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예약은 따로 하지 않았고, 점심시간에 맞춰 방문했다. 미도리컬러는 소문난 곳이라 웨이팅을 각오하고 갔는데, 다행히 그날은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찾아가는 길
대전광역시 동구 수향길 53(소제동 299-79)에 있으며, 매일 11:30 – 21:00 (라스트오더 20:30) 운영한다. 매장 전용 주차장은 없어서 대전천변 하상주차장이나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고 걸어오는 것도 방법이다. 매장 앞 공터에 무료 주차가 가능하지만 4~5대 정도뿐이라, 자리가 없으면 옆 미도리카레 쪽 공터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피크 시간대라면 근처를 몇 바퀴 돌아야 할 수도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쪽이 오히려 마음 편할 수도 있다. 소제동 카페거리 자체가 걸어서 둘러보기 좋은 동네라, 차를 두고 왔다면 주변 골목을 천천히 산책하듯 구경하면서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오래된 골목과 새로 생긴 카페들이 뒤섞여 있어서, 걷는 것 자체로도 소소한 구경거리가 된다.
미도리컬러에서 즐기는 딱복숭아 가득한 빙수
대표 메뉴는 시그니처 미도리 라떼와 에이드 라인업이고, 크로플·케이크·수제 쿠키 같은 디저트도 함께 갖추고 있다. 계절 메뉴로 나온다는 복숭아 빙수가 눈에 들어와서 고민 없이 정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6,000원)과 복숭아 빙수(22,000원)를 주문했는데, 둘이 나눠 먹기에도 양이 넉넉해서 배부르게 즐길 수 있었다. 가격이 살짝 있는 편이었지만 비주얼과 맛을 생각하면 납득이 갔다. 테이블에 빙수가 놓이자 주변 테이블 손님들도 한 번씩 시선을 주는 게 느껴졌는데, 그릇 자체도 꽤 커서 혼자 먹기엔 부담스러울 양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복숭아인데, 물렁한 건 별로고 딱복숭아를 제일 좋아한다. 이 빙수에는 딱 좋아하는 딱복숭아가 가득 들어있었다. 아래에는 우유얼음을 갈아서 가득 채웠는데, 분홍빛 복숭아와 순백의 우유 얼음이 어우러진 비주얼이 화려했다. 복숭아가 너무 달고 상큼하게 다가왔고, 전체적으로 달달하고 스윗한 맛이었다. 아내도 한 숟갈 뜨더니 계속 손이 간다며 좋아했다. 둘이서 그릇 하나를 두고 서로 좋은 과육만 골라 먹으려는 실랑이도 오랜만에 느끼는 즐거움이었다. 얼음이 녹기 전에 서둘러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둘 다 평소보다 말없이 숟가락만 바쁘게 움직였는데,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후르츠 산도가 인기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결국 침만 삼키다 주문하지 못했다. 배가 이미 빙수로 가득 찼던 게 못내 아쉬웠다. 다음 방문 목표가 자연스럽게 하나 생겼다.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크로플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보여서 자꾸 눈길이 갔는데, 메뉴판 사진만 봐도 디저트 구성에 꽤 신경을 쓴 카페라는 인상을 받았다. 시그니처 미도리 라떼도 다음에는 꼭 마셔보고 싶은 메뉴로 점찍어뒀고, 계절이 바뀌면 또 어떤 시즌 메뉴가 나올지도 궁금해졌다.



















미도리컬러를 다녀오면, 반드시 다시 생각이 납니다
내부 곳곳이 사진 찍기에 좋은 카페였고, 다양한 케이크와 디저트가 가득해서 여심을 사로잡을 만한 곳이었다. 나도 오랜만에 아내의 기분을 챙겨주면서 덩달아 기분이 몹시 좋았다. 돌아보면 미도리컬러처럼 한옥의 정취와 초록빛 감성을 함께 갖춘 카페는 흔치 않은 것 같다. 소제동이라는 동네 자체가 오래된 골목과 새로운 감성이 뒤섞인 곳인데, 이 카페가 딱 그 지점을 잘 짚어낸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든, 그냥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든, 어느 쪽으로 가도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 같다. 다음에 또 소제동에 갈 일이 생기면, 주저 없이 이곳부터 떠올릴 것 같다.
혹시 후르츠 산도 드셔보신 분 있다면, 맛이 어땠는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다음 방문 때 꼭 참고하고 싶다.